“차 속까지..” 연구원이 직접 밝힌 자동차 실내 '미세먼지' 제로 시스템의 비밀

2019-05-24 16:30

add remove print link

HMG 저널, '후륜구동내외장설계팀' 인터뷰 게재
실시간 농도 측정부터 정화까지, 지능형 공기청정 시스템 스토리

이하 HMG 저널
이하 HMG 저널

“오늘도 미세먼지 나쁨ㅠㅠ”

미세먼지 걱정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자연스럽게 현대인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동차 실내의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자동차 실내는 미세먼지로부터 비교적 안심할 수 있는 청정지역으로 여겨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동차 내 공조장치 필터로는 미세먼지를 완벽하게 걸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후륜구동내외장설계팀'은 보다 정확하고 완벽한 미세먼지 제거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를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정화시켜주는 지능형 공기청정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16일 ‘HMG 저널’에 지능형 공기청정 시스템에 관한 배경과 기술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후륜구동내외장설계팀의 인터뷰가 소개됐다. 그들은 레이저 빛 방식의 센서와 성능 좋은 필터가 지능형 공기청정 시스템의 핵심 기술이라고 전했다.

현대기아자동차 후륜구동내외장설계팀은 인터뷰를 통해 "지능형 공기청정 시스템이 기존의 공조장치와 다른 점은 센서와 필터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라며 "기존 자동차에 탑재되었던 공기청정 시스템과 시중에 나와 있는 휴대용 공기청정기의 센서는 ‘광산란’ 방식을 쓴다. 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은 ‘레이저 빛’ 방식이다. 덕분에 정확도가 더 높아졌고, 센서가 오염될 일이 없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필터 자체의 성능도 기존 대비 개선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으로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다 "고 말했다.

뒤이어 지능형 공기청정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레이저 빛 센서에 대해서는 " LED보다 빛이 세 미세먼지를 보다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라며 "자체 평가에서 레이저 빛 센서는 기존 세서 월등히 높은 정확성을 보여줬다. 빛이 셀수록 입자의 크기를 좀 더 또렷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LED보다 광원이 훨씬 센 레이저를 쓰는 센서가 정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후륜구동내외장설계팀은 센서에 이어 필터의 성능도 강조했다. "지능형 공기청정 시스템의 필터는 밀도를 높여 효율은 높이고 공기 유입량은 크게 줄지 않는다"라며 "우리가 개발한 필터는 구조적인 개선을 통해 빨아들이는 공기의 양은 크게 줄지 않고 필터의 성능은 최대로 끌어올렸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더욱더 심해져 가는 공기 문제에 대해 "다각적으로 연계된 실내 공기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라고 밝히며, "새로운 자동차 환경을 기대해주길 바란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아래는 이 책임연구원의 인터뷰 전문이다. 차량 공기 시스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Q1. 이번에 새로 개발한 공기청정 시스템이 기존의 공조장치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센서와 필터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 기존 자동차에 탑재되었던 공기청정 시스템과 시중에 나와 있는 휴대용 공기청정기의 센서는 ‘광산란’ 방식을 쓴다. 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은 ‘레이저 빛’ 방식이다. 덕분에 정확도가 더 높아졌고, 센서가 오염될 일이 없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필터 자체의 성능도 기존 대비 개선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으로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다.

무엇보다 공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자동으로 공기를 정화시켜준다는 데 큰 차이가 있다. 또한 공조장치에서 공기청정 기능을 활성화하면 공기 상태를 실시간 정보로 제공하고, 최상의 상태로 자동 유지해준다.

Q2. 운전자가 기능을 활성화 시켜야만 자동 정화 기능이 실행된다는 얘기 같은데, 운전자의 개입 없는 완전 자동화 방식을 적용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의 시동을 켠 순간부터 완전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한 것은 공기청정 기능을 원치 않는 운전자도 있을 것 같아서다. 빠른 정화를 위해 송풍구로 바람이 강하고 빠르게 흘러나오는데, 이 때의 소리와 바람 세기를 싫어할 운전자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전자가 임의로 시스템을 켜고 끌 수 있도록 했다.

Q3. 레이저 빛 센서와 기존 센서의 정확도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자체 평가에서는 월등히 높은 정확성을 보여줬다. 다만, 이것을 검증할 기관이 아직까진 없다. 따라서 구체적인 수치는 밝힐 수 없을 것 같다.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시중에 나와 있는 휴대용 공기청정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정확도를 자랑한다는 점이다. 국내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서 사용하는 3,000만 원 상당의 센서와 비교해도 신뢰도에 큰 차이가 없다.

Q4. 정확도에 굉장히 자신 있어 보인다. 이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미세먼지 농도 측정 방식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정 영역에 떠다니는 공기 사이로 빛을 비춘다. 공기 중에 미세먼지 입자가 많을수록 해당 영역에 빛이 통과되지 못한 채 그림자가 져 포토다이오드에 닿게 된다. 이 때 입자의 크기를 계산해 미세먼지의 농도를 측정한다. 여기서 정확도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빛의 세기다. 빛이 셀수록 입자의 크기를 좀 더 또렷하게 측정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LED보다 광원이 훨씬 센 레이저를 쓰는 센서가 정확할 수 밖에 없다.

Q5. 앞서 레이저 빛 방식 센서가 정확할 뿐만 아니라 내구성도 좋다고 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가정용 공기청정기의 경우, 사용자가 6개월마다 한 번씩 센서를 닦아줘야 한다. 하지만 레이저 센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는 구조적인 차별성 덕분이다. 레이저가 투과되는 공간 사이로 공기를 통과시켜 공기에 포함된 미세먼지를 포토다이오드로 측정하는데, 우리가 개발한 센서는 센서 내부의 유속을 증가시켜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했다. 이는 자동차용 공기청정기 뿐만 아니라 실내용 공기청정기에도 적용되지 않았던 현대·기아차만의 독창적인 기술이다.

Q6. 센서가 위치한 곳이 대시보드 뒤쪽이라고 들었다. 이러한 위치도 센서의 정확도와 내구성 확보에 도움이 될까?

구체적인 위치는 글러브 박스 뒤쪽이다. 개발 초기에는 다양한 곳에 센서를 두며 연구를 진행했다. 포집이 쉬운 센터콘솔, 조수석 발받침대 근처, 센터페시아 등 다양한 곳에 센서를 두었지만, 우리가 원하는 위치가 아니었다.

센서 위치의 첫번째 조건은 사람의 호흡기 위치와의 유사성이다. 그래야 보다 정확한 미세먼지 농도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 빛을 차단시켜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빛이 새어 들어오는 곳은 우선 배제했다.

그래서 센터콘솔과 센터페시아는 일찌감치 탈락했다. 조수석 발받침대의 경우, 빛은 차단되지만 매트에서 나오는 먼지로 인해 미세먼지의 농도가 순간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요인이 있었다.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빛이 차단되고 미세먼지 외 다른 먼지의 유입이 없는 글로브 박스 뒤쪽 대시보드 안쪽에 센서를 위치시켰다.

Q7. 새로 개발한 공기 청정 시스템에서 레이저 센서 외에도 고성능 필터가 중요해 보인다. 필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공기청정기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게 사실 필터의 성능이다. 하지만 여기엔 딜레마가 있다. 먼지를 많이 걸러낼 수 있을 정도로 필터가 촘촘하면 빨아들이는 공기의 양이 줄어든다. 등급이 높은 미세먼지 마스크를 쓸 때 숨쉬기가 힘든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필터는 구조적인 개선을 통해 빨아들이는 공기의 양은 크게 줄지 않고 필터의 성능은 최대로 끌어올렸다.

그물을 예로 설명하면 그물 사이의 간격이 컸던 것을 촘촘하게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동시에 단위면적당 접는 양을 늘려서 공기가 투과하는 면적은 넓혔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망 사이가 촘촘해진 그물을 일정한 공간 안에 좀 더 많이 접어 집어넣었다고 보면 된다. 그 결과 필터의 밀도가 높아졌다. 그 외 구체적인 내용은 원천 기술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는 점 양해 바란다.

Q8. 원론적인 질문으로 들어가보도록 하자. 사실, 자동차용 공기청정 시스템을 개발한 제조사는 많지 않다. 그들이 개발을 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것인가?

질 좋은 공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경쟁사와 비교해 공조장치성능에 큰 차이가 없었기에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기 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었기에 한 발 더 나가고 싶었다.

주요 자동차 시장인 유럽이나 북미의 경우 공기의 질이 우리나라처럼 나쁘지 않다. 따라서 그 나라에 속한 자동차 제조사들은 획기적인 공기 청정 기술이 포함된 공조장치의 개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미세먼지 나쁨 예보가 뜨는 날이 점차 많아지고, 그 때문에 자동차 실내에서 질 좋은 공기를 찾는 운전자가 늘고 있다. 탑승객의 건강을 챙기고 환경적인 문제 해결에 일조하고자 획기적인 공기청정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근원적으로는 공조장치가 단순히 온도 조절 역할에 그치지 않고, 공기의 질을 높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길 원했다.

Q9. 중국산 자동차에도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의 공기정청 시스템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과의 기술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그들이 만든 센서의 정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사실 알기 어렵다. 앞서 말한 대로 이를 공인해줄 기관이 없어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국산 자동차에 내장된 센서와 공기청정 시스템은 내구성이 좋지 않고, 상시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반면, 이번에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한 번 작동을 시작하면 시동이 꺼지거나 사용자가 끄지 않는 이상 계속 작동한다.

중국산 자동차의 시스템은 최대 5분밖에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세먼지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고, 그 때문에 공기를 원활하게 청정 시킬 수 없다. 아무래도 센서를 오래 작동시키면 먼지가 쌓여 내구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

우리도 개발 과정에서 중국산 자동차처럼 센서와 청정 시스템을 5분만 작동시키고 멈추는 선에서의 타협을 생각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공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상시 농도 측정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Q10. 공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탑승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나?

공조장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현재 공기의 상태를 보여준다. 미세먼지 농도 표시를 ‘매우나쁨’, ‘나쁨’, ‘보통’, ‘좋음’ 등 4단계로 크게 구분 한 뒤, 여기서 각 단계를 4분할 해 좀 더 디테일한 정보를 표현한다. 얼핏 정보가 너무 많고 복잡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디자인, 인간공학 등 여러 팀이 머리를 맞대고 1년 이상 연구한 끝에 나온 GUI(Graphic User Interface)다. 미세먼지 농도를 총 16단계로 세분화해서 그래프로 표현하면 실시간으로 변하는 공기 농도를 좀 더 쉽고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 한 마디로 시각적인 정보 전달 효과가 매우 크다.

Q11. 이쯤에서 궁금증이 있다. 기존의 현대·기아차는 미세먼지에 취약한 걸까?

공조장치를 내기순환 모드로 두면 상당량의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다. 다만, 실내의 공기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 뿐이다. 기상청의 예보, 또는 주변 공기의 시각적인 상태, 운전자 본인의 기분에 따라 공조장치를 작동시킨 후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서 끄는 게 현재의 모습이다. 따라서 공조장치를 무작정 오래 틀어 두면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많은 운전자가 휴대용 공기청정기를 쓰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역시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정확도와 내구성을 확보할 수 없다.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했다. 현재 공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

Q12. 개발 중 기억에 남는 어려움은 없었나? 미세먼지가 많은 지역을 일부러 찾아다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내부 실험실에서 미세먼지를 만들어 시스템의 성능을 실험하는 경우도 있지만, 직접 현장에 나가 고가의 장비와 우리가 만든 장비를 비교하는 경우도 있었다.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알려진 중국은 선행 단계에서 한, 두 번 정도 갔다. 그 후에는 주로 우리나라에서 연구와 개발을 진행했다.

미세먼지가 나쁘다는 예보가 뜬 지역을 일부러 찾아 갔는데, 그 지역에 도착하는 사이 공기가 깨끗해져 실험을 진행하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대기의 흐름에 따라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렇게 약 3년 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지금의 기술을 완성했다.

Q13. 시간이 지날수록 공기는 더욱 더 나빠지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또 다른 신기술 개발은 없는지 궁금하다.

현재의 시스템은 자동으로 공기의 상태를 분석해 정화시켜 준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공기의 질을 좀 더 감성적으로 바꿔주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탑승객의 감성, 신체 상태를 차가 스스로 파악해 그에 맞는 향과 온도, 공기의 질을 제안하는 기술이 될 것 같다. 또한 단순히 탑승객의 상태에 따른 맞춤형 공기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자동차의 주행 모드 등 다각적으로 연계된 실내 공기 시스템 역시 구상 중이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자동차 환경을 기대해주길 바란다.

home 김민지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