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요?” 김병지가 예측한 대표팀 아시안컵 우승 확률

2019-01-04 15:50

add remove print link

오는 6일부터 카타르에서 열리는 2019 AFC 아시안컵
“4강부터는 위기관리를 잘하는 팀이 우승할 것”이라고 예측한 김병지 위원

지난 1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친선 경기 / 뉴스1
지난 1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친선 경기 / 뉴스1

'2019 AFC 아시안컵'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언론에서는 "59년 만에 우승을 노린다",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민재(전북 현대),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 조현우(대구FC) 등 어느 때보다 막강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수단 연령대도 신구조화가 잘 이뤄져 베테랑 선수들과 신예 선수 사이에 시너지도 기대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수문장이자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병지 위원을 만나 2019 AFC 아시안컵에 대해 물었다. 김 위원은 "원론적인 얘기는 빼고 하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1.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 대한민국 대표팀 우승확률은?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나? 사실 나도 그 누구보다 우승을 바란다. 하지만 현실적인 확률은 그보다 낮다. 4강까지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무난하게 진출하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준결승부터다. 일본, 호주, 이란, 사우디 등 우리와 경쟁하는 팀들 모두 우승 가능성이 있다. 사실 누가 우승해도 이상할 게 없다.

확률을 묻는다면 25%다. 우승 후보 4개국(일본, 호주, 이란, 대한민국)은 감독과 대표팀의 스타일이 차이 날 뿐 실력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다른 다크호스까지 생각한다면 우승 확률은 25%보다 낮을 수 있다.

김병지 위원 / 이하 전성규 기자
김병지 위원 / 이하 전성규 기자

2. 아시안컵 대회마다 “이번에는 우승이 필요하다”,“이번 대회는 다를 거다”라고 예측한다. 김병지 위원 생각은?

우승은 필요하다. 지금까지 대표팀 분위기도 좋다. 하지만 과거에도 조건은 비슷했다. 다만 최근에 아시안컵의 위상이 올라 선수들과 대표팀에 더 큰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다.

결국 호주, 이란, 일본, 우리나라 싸움이다. 토너먼트부터 경기마다 찾아올 고비를 어떻게 넘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카타르 대회는 다르다"라고 말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현재 대표팀 분위기가 좋다는 점이다. 대표팀은 지난해 월드컵 독일전과 아시안게임 이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파울루 벤투(Paulo Jorge Gomes Bento) 감독이 부임하고 성적, 전술, 상승세 등 모든 요건이 긍정적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도 이번 대회가 전술을 평가할 진정한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3. 본인이 뛰던 시절 대표팀과 2019 아시안컵 대표팀을 비교하자면?

2004년 중국 대회, 2007년 동남아 대회 모두 분위기가 좋았다. 2004년 대회는 조 본프레레(Jo Bonfrere)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상승세를 아시안컵 우승으로 이어가려 했지만 실패했다.

당시 대표팀과 지금 대표팀을 1대1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때와 지금은 모든 조건이 다르다. 지금 대표팀이 과거 대표팀에 비해 좋은 점 중 하나는 일정이다. 국가대표로 뛸 당시 아시안컵 대회는 시즌이 끝나고 휴가철에 열렸다.

예전 아시안컵은 상금도 적었고 대륙 대회라는 상징성도, 아시아 챔피언이라는 위상도 부족했다.

4. 벤투호 장단점과 키플레이어를 꼽는다면?

벤투 감독과 기성용 선수 / 이하 뉴스1
벤투 감독과 기성용 선수 / 이하 뉴스1

매번 언급되는 원론적인 이야기(공격 루트 다변화, 수비 불안 등)는 빼고 얘기하려 한다. 대표팀의 장점은 분위기다.

축구에서 흐름을 타는 것은 중요하다. 상승세인 대표팀 성적과 '누구라도 떨어질 수 있다'라는 긴장 감있는 분위기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무패행진을 달리면서 승리 DNA를 깨웠다. 단점은 집중력이다. 중요한 순간에 공격과 수비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 점은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조 본프레레(Jo Bonfrere) 감독 시절 대표팀도 성적은 좋았다. 벤투 감독도 이번 대회에서 결승까지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손흥민 선수
손흥민 선수

대표팀의 중심은 손흥민이다.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주장직에서 물러난 기성용 선수도 알고 있다.

장현수(FC 도쿄) 선수가 대표팀에서 나간 것은 아쉽다. 김민재 선수가 잘 대체하고 있지만 전력이 빠진 점은 아쉽다. 대표팀 스쿼드는 두터울수록 좋기 때문이다. 남태희(알두하일 SC) 선수의 빈자리는 다른 선수들이 메울 수 있으리라 본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문제는 8강 이후 나타난다. 큰 경기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5. 일부 SNS 이용자들은 "쓸데없는 대회를 호도한다"고 아시안컵을 격하하기도 한다. 아시안컵이 갖는 의미를 설명해달라

'2019 AFC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
'2019 AFC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

우선 아시아 축구연맹에서 주관하는 아시아 대륙대회다. 예전에는 이름만 있었지만 최근엔 대회 위상이 달라졌다.

아시안컵 우승팀이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출전할 수 있게 된 점, 이번 대회부터 상금이 500만 달러(약 56억 원)으로 올라간 점 등 예전에 비해 선수들이 동기 부여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축구도 비즈니스라는 말이 있듯이 얼마나 홍보가 잘되고 성공하냐에 따라 대회 위상이 달라진다. 지난해 열린 스즈키 컵도 관중들의 인기에 힘입어 크게 성공한 것이다.

또 하나 아시안컵은 우리 대표팀에게 애증의 대회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맹주'로 불리지만 60년 전에 우승한 게 전부다.

대회 성적이 좋지 않으면 대표팀 감독은 무조건 짐을 싸야 했다. 이번 카타르 대회도 성적이 좋지 않다면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설 수 있다.

home 변준수 story@wikitree.co.kr